[뉴스분석] “인구 절반이 영양실조인데 무슨 전쟁이냐”
상태바
[뉴스분석] “인구 절반이 영양실조인데 무슨 전쟁이냐”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4.02.04 13:55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목선 탈북 주민 “北에서 굶주렸다”
‘지방발전’ 선전화 9개 중 7개가 먹거리
‘알곡 고지’ 초과달성 불구 78만톤 부족
북한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지방발전 20x10 정책’ 관련 선전화 9개 중 7개가 먹거리 관련이다. 사진=조선중앙TV

#2023년 10월 24일. 북한 주민 4명이 소형 목선을 타고 강원도 속초의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내려오다 우리 해경과 해군에 나포됐다. 이들은 30대 성인 남성 1명과 그의 아내, 딸, 그리고 아이의 할머니로 추정되는 50대 여성 등 일가족 4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경을 만났을 때는 “북한에서 굶주렸다” “먹고살기 위해 내려왔다”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이를 반영하듯 북한 선전화에는 유독 먹거리가 많다.

선전화는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선동이라는 점에서 식량문제 해결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대변한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지방발전 20x10 정책’ 관련 선전화 9개 중 7개에는 된장, 고추장, 간장, 깨, 과일빵, 사탕, 콩기름, 느타리버섯, 도라지, 산열매, 감자면튀기, 종합과자 등 먹거리가 등장한다. 

북한은 당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직관선전과 선동을 목적으로 선전화를 제작하는데, 먹거리가 선전화에 등장하는 것은 김정은이 직간접적으로 인정할 만큼 북한 내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정은은 지난달 23~24일 열린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의 식료품 공급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식료품·소비품을 비롯한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과 정부에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3차 년도였던 2023년에 12개 주요 산업 부문(12개 중요고지)의 생산목표를 대부분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중 가장 강조한 성과가 바로 알곡(식량작물)이다. 애초 목표한 생산량을 103% 초과 달성했다며 ‘전반적인 경제발전과 인민생활보장에서 결정적 의의를 가지는 지배적 고지인 알곡생산목표를 넘쳐 수행한 것’을 ‘2023년도 경제사업에서 달성한 가장 귀중하고 값비싼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 30만 정보 간석지 개간 목표 달성을 위한 토대 마련, 광천 닭공장, 사리원시와 해주시·남포시의 밀 가공공장 등을 성과로 언급했다. 

북한은 지난해 12개 중요고지 중 알곡고지를 103% 초과 달성 했다고 밝혔으나 세계식량기구는 87만톤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시사주간 DB
북한은 지난해 12개 중요고지 중 알곡고지를 103% 초과 달성 했다고 밝혔으나 세계식량기구는 87만톤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시사주간 DB

농촌진흥청은 북한의 지난해 식량작물 생산이 전년보다 31만톤(7%) 늘어난 482만톤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식량작물 종류별로 보면 쌀 211만톤, 옥수수 170만톤, 감자·고구마 58만톤, 밀·보리 22만톤, 콩 19만톤, 기타 잡곡 2만톤 등이다. 쌀은 4만톤(1.9%), 옥수수 13만톤(8.3%), 감자·고구마는 9만톤(18.4%), 밀·보리는 4만톤(22.2%), 콩은 1만톤(5.6%)이 각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중국,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곡물까지 합하면 약 510만톤 정도가 된다. 

세계식량기구(FAO)는 북한이 풍작을 거뒀다 해도 여전히 87만톤 가량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FAO는 2007년부터 2023년까지 17년째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 필요국’으로 지정해왔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식품 1인 일일 에너지 공급량은 2000kcal에도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남한 3156kcal의 62% 수준에 그쳤다. 단백질·지방 공급량 역시 남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600만 톤의 식량이 필요한데 100여만 톤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5개 기구가 지난해 7월 공동 발표한 ‘2023세계 식량 안보 및 영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북한 인구의 45.5%(1180만명)가 영양 부족 상태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2019∼2021년 영양 부족 인구 비율을 41.6%로 평가한 것보다 4%포인트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체 인구 중 48.7%가 영양 결핍을 겪는 소말리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방 배급체계 붕괴에 따른 식량 부족으로 지방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당 중앙’에서 이를 체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인구의 거의 절반이 영양 부족 상태인데 남한 점령 발언은 넌센스”라며 “개혁 개방은 뒷전이고 핵무기만 들고 식량난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잘못된 판다”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4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신년인사회에서 북한 경제 상황과 관련 “배급제가 붕괴되고 식량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SW

ysj@economicpost.co.kr

Tag
#북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