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여성도 출산 기피, 남북 머리 맞대 지혜 짜보자
상태바
북한여성도 출산 기피, 남북 머리 맞대 지혜 짜보자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4.04.17 07:40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AP
사진=AP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북한도 여성들이 아기 낳는 것을 기피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아 남북 모두가 인구 감소라는 커다란 절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 같다.

유엔인구기금(UNPFA)은 2023년 세계인구보고서에서 북한의 합계출산율을 2022년 1.9명에서 1.8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센터가 북한이탈주민과 그들의 친척, 지인 1,137명의 결혼 및 출산 경험을 조사한 결과, 북한은 오래전부터 저출산 문제에 직면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탈북한 여성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한마디로 ‘가족에 대한 희생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오히려 움츠리며 겁을 먹고 탈북을 주저하는데 반해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었다. 몽골이나 캄보디아, 태국 등을 온갖 고생을 다해가며 경유해 대한민국 땅에 들어왔다. 그런 다음,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데리고 나오는 과정을 밟았다. 놀라운 자기희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숭고한 일이다.

북한의 장마당은 대부분 여성들로 가득차 있다. 먹고살기 위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고생도 마다한다. 중국으로 넘어가 인신매매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희생을 통해 가족을 먹여 살렸던 것이다. 그러다 그것도 안되면 탈북을 한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프레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제는 북한여성들의 가치관도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북한 여성들 사이에선 “밥벌이 못 하는 남편을 왜 먹여 살리며 내 삶을 망치고, 왜 애를 낳아 꽃제비 만드느냐”는 식의 반발이 늘고 있다. 결혼하면 바보이고 두 명 낳으면 천치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똑똑한 여자들은 임신하지 않고 돈이 좀 있는 여자들은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임신하면 낙태해 버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태아를 죽이기 위해 침을 사용하는데 이는 태아를 바늘로 찔러 죽여서 강제로 낙태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고 아시아프레스 편집자는 전했다.

사실 북한에서 결혼은 여성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1990년대 식량 배급제가 거의 붕괴되면서 여성들이 상업 활동을 통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경제 구조로 이어졌다. 이것은 여성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켰지만, 그들에게 가해지는 부담도 증가시켰다. 집안일과 육아 외에도 가족을 먹여 살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북한 남성들은 평균 10년에 달하는 군복무를 마치고 나면 정부가 제공하는 일자리에 묶여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얻지 못하면 그냥 집안에 틀어박혀 무위도식하게 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여성들은 결혼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즉, 북한 여성들에게 출산은 가족의 생존 문제이고, 출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양육비 상승도 여성의 출산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보통 한 달에 2~5만 원 정도를 요구한다. 작년 초 기준, 기업과 공무원의 월평균 임금은 일반 근로자가 1,500~2,500원, 간부가 4,000~8,000원 정도였다. 올해 3월 말 기준 쌀 1kg은 6,500원이다. 여기다 군인들이 쓸 장갑, 속옷, 목도리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각종 공사에 동원된다. 먹을 게 없어서 옥수수죽으로 연명하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아무튼 인구감소 문제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님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적인 문제를 제쳐 두고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 지혜를 짜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SW

jjh@economicpost.co.kr

Tag
#북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