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벨루가’의 죽음, 암컷은 바다로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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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벨루가’의 죽음, 암컷은 바다로 돌아갈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0.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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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수조 속에 있는 벨루가. 사진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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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17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살던 12살 수컷 벨루가(흰돌고래) 한 마리가 폐사했다. 이 벨루가는 2013년 러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수입됐고 2014년부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전시되고 있었다.

롯데월드 측은 이날 벨루가의 죽음을 전하면서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도 '원인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아쿠아리움에서는 지난 2016년에도 벨루가 한 마리가 패혈증으로 사망한 적이 있었으며 현재 암컷 벨루가 한 마리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밀검사까지 진행해야하기에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기까지는 약 3주 정도의 시간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 죽은 벨루가는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세균에 감염되어 패혈증으로 죽은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고 전하면서 "바다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고 행동 과정 등을 통해 벨루가들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도 건강관리를 면밀히 하고 더 많은 신경을 쓰려 한다. 현재는 원인을 밝히는 데 주목적을 두고 있고 원인이 나오면 그에 따라 남은 벨루가의 관리를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벨루가의 죽음을 계기로 좁은 수족관 그 자체가 벨루가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남아있는 암컷 벨루가는 물론 국내 수족관에 있는 고래류를 바다로 다시 돌려보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18일 성명에서 "벨루가를 전시하는 수족관에서 폐사가 발생할 경우 (수족관 측은) 암컷을 두고 수컷끼리 경쟁하다가 사망했다거나 수컷이 암컷을 공격해서 상처를 입고 죽었다는 식으로 설명해왔고 원래 건강이 안 좋았던 개체였다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 이번의 경우 암컷과 수컷 각각 한마리씩만 남아있던 상황이었기에 어떤 구실로도 수컷 벨루가의 폐사를 합리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모든 고래류는 좁은 수족관 사육에 전혀 적합하지 않으며 벨루가는 넓고 깊고 차가운 바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무리지어 살아가는 습성 때문에 비좁은 수조 생활 자체를 견디지 못한다. 감금되어 있다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며 특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경우 관람객들의 소음과 음악 소리, 지상의 진동이 벨루가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얕은 수심 등의 구조적 문제 등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도 보여왔다. 고래류의 수조 사육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모든 고래류의 전시, 공연, 체험을 금지하고 국내 수족관 38마리 고래류를 바다로 돌려보내라"고 밝혔다.

녹색당은 "2017년 제정된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족관의 기준은 '수조용량이 300이상이거나 수조 바닥면적이 200이상인 시설'에 불과하다. 이같은 소위 '합법적' 사육 기준은 소음과 진동에 의한 보이지 않는 고통을 포함해, 벨루가와 같은 해양 포유류에게는 신체적 고통과 위험,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자연에서 벨루가의 평균수명은 최대 60~70년이지만, 수족관에서 수명은 보통 20년을 넘기지 못한다. 수족관에 갇힌 벨루가는 평균 수명의 반도 채 못 되는 삶을 외롭게 마감하고 있다"면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 전국 수족관 실태 전수조사, 해양 포유류 방류 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남아있는 암컷 벨루가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사유물이다. 정부가 권고는 할 수 있지만 강제로 롯데월드에 어떤 것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 롯데월드 내에서도 이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좋은 쪽으로 결말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여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해수부도 의견을 내며 좋은 쪽으로 마무리지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수족관에 갇히게 한다는 것 자체가 폐사의 원인이고 어린 시절에 잡힌 벨루가의 경우 억지로 어미와 젖을 떼는 등 포획됐을 때의 아픈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고 여러 시설로 옮겨다니면서 생긴 스트레스도 건강을 악화시킨다. 돌고래는 코끼리와 함께 대표적인 사육 부적합 동물이다. 벨루가를 포함한 돌고래는 넓은 행동반경을 가지고 있고 무리지어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이동하는 동물이며 깊은 수심까지 잠수할 수 있는데 수족관에서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고래는 한 마리만 사육하는 것도 대단히 부적절하고 단독으로 있는 것도 권장할 수 없다. 지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유일하게 남은 벨루가는 같이 살던 동물이 없어졌다는 것도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바다로 돌려보내거나 혹은 어린 시절에 잡혀서 야생 적응을 못하는 경우라면 해외에 벨루가의 서식 환경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비슷한 환경에서 여생을 보내는 시설이 있다. 국제적으로 협력이 잘 되어 있기에 그 시설에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암컷의 나이가 이제 8살이다. 법적으로 이 벨루가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소유다. 3년 만에 살아있는 야생동물이 두 마리나 죽었다면 이제 롯데월드가 책임감을 가지고 어린 벨루가를 편히 살게 해주도록 해야하고 정부도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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