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돌아가는 벨루가 “가두지 말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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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돌아가는 벨루가 “가두지 말고 살리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0.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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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루가를 바라보는 관람객.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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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17일 수컷 벨루가(흰돌고래)의 사망으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혼자 남은 8살 암컷 벨루가 '벨라'가 바다로 돌아간다. (10월 23일 '수족관 벨루가의 죽음, 암컷은 바다로 돌아갈까?' 제하의 본지기사 참조) 

동물보호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현재 각 수족관에 남아있는 나머지 7마리의 벨루가도 모두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24"남은 마지막 벨루가를 자연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세부 방류 계획은 동물자유연대와 국내외 전문가 등과 논의해 공동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사망한 벨루가의 사인은 패혈증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각 장기에 대한 조직검사 등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벨루가가 무리를 이루며 사는 동물이기에 수조에 혼자 살게 하기보다는 바다에로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방류를 결정했다"면서 "관련 전문가들, 동물보호단체 등의 의견들을 통해 세부 계획을 잡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핫핑크돌핀스는 24일 성명에서 "롯데월드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고래는 사회적 동물이고, 동료들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벨라의 단독 방류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한국의 고래류 사육시설에 갇혀 있는 7마리 벨루가들도 벨라와 함께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다른 수족관들도 함께 방류를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24일 성명에서 "이번 방류 결정은 향후 국내 고래류 전시의 방향을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3년부터 총 7마리의 모든 남방큰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낸 적이 있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종의 돌고래의 경우 서식지로의 이동 문제 등으로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벨라가 자연 방류된다면 여전히 전시 시설에 갇혀 있는 국내 서식 종이 아닌 돌고래의 방류에 있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면서 "다른 전시시설도 이번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전시 중인 벨루가의 거취에 있어 대화를 시작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 사는 벨루가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혼자 남은 벨라를 비롯해 여수 거제씨월드에 4마리, 한화 아쿠아플라넷에 3마리로 총 8마리다.

벨루가의 방류 결정이 내려지긴 했지만 문제는 이 벨루가가 바다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지의 여부다. 6년을 수족관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상태를 보지 않고 무작정 바다로 돌려보내는 경우 부적응으로 인해 폐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센터 어웨어 대표는 "어릴 때부터 수족관에서 자라온 벨루가를 바로 바다에 풀어줄 경우 스스로 먹이를 찾지 못하거나 서식지에 적응하지 못해 죽을 가능성이 있다. 벨루가는 20개월까지 모유 수유를 해야하는데 그 이전에 포획이 됐다면 혼자 살아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돌려보내진 돌고래는 제주 남방큰고래로 우리나라 바다에 잘 적응하는 개체였지만 벨루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표는 조금 성급한 부분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무조건 바다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과 상의하여 야생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방류해야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방류 방법으로는 아이슬란드에 있는 '바다쉼터'로 보내는 방법과 러시아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 방류 훈련장을 만들고 오호츠크 해 지역으로 방류하는 방법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과거 87마리의 고래를 가두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고래 감옥'이라는 비난을 받은 후 올 6월부터 불법으로 포획했던 벨루가와 범고래를 오호츠크 해로 이송해 방류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측은 "롯데월드는 먼저 씨라이프재단 측과 연락해 아이슬란드 바다쉼터에 벨라를 보낼 수 있는지 알아보아야하고 동시에 해양수산부를 통해 러시아 정부와도 협조해 러시아 바다에 방류하는 방안에 대해 알아보되, 방류 벨루가가 다시 포획되지 않도록 등지느러미 표식 등 몇 가지 조치들을 취해야한다. 충분한 야생 적응 훈련을 거친 뒤 고향 바다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곳으로 방류하면 충분히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래류에 대한 포획과 함께 사육, 전시, 공연 등을 금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래들이 좁은 수조에서 고통 속에 지내다가 패혈증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수족관과 그 수족관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한다는 것이다.

이형주 대표는 "수족관 산업 자체가 오락 관련 시설에서 해양생태계를 연구하는 기관으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벨루가를 포획해서 전시하는 것을 해양생태계 보존이라고 볼 수 없다. 꼭 야생동물을 가두고 서식지 외의 곳에서 사람들이 보게하는 것은 이제 낡은 방식이다. 수족관들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수족관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협력해 벨루가를 방류하거나 혹은 그것이 불가능할 시 바다쉼터에 옮기는 일을 한다면 동물에게도 좋고 국제적으로 인지도도 높아질 것이다. 벨루가를 비롯한 해양동물들이 잘 살도록 보존하는 역할이 지금의 수족관이 해야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이제 벨루가가 폐사하는 일들을 계속 봐온만큼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을 펴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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