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통역, 청와대 현장에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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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 청와대 현장에서 볼 수 있을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1.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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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수어로 치사를 한 김정숙 여사.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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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틀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릅니다. 못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하는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지난 101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에서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치사를 하면서 직접 수어로 이 말을 전했다. 대체로 간단한 인사말을 수어로 하는 기존의 형식과는 달리 김정숙 여사는 4개의 문장을 수어로 전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장애인단체들은 김 여사의 치사에 환영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이를 계기로 청와대에도 현장 수어통역사를 배치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청와대는 현장 수어통역사 배치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나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TV로 생중계되는 대통령 연설, 기자회견 등은 방송을 통해 수어통역이 제공되지만 현장에서 수어통역을 하는 경우는 없고 청와대 브리핑도 수어통역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나 브리핑 진행시 수어통역을 제공해 청각장애인들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해야한다며 관련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우선적으로 수어통역 지원에 관한 부처의 요청이 있을 시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조를 통해 이를 지원하고 문체부는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 기자회견에 '수어통역 통합지원'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국회는 그동안 국회방송 중계에서만 제공했던 수어통역을 국회 온라인 의사중계시스템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와대 브리핑의 현장 수어통역 배치는 아직 확실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방송을 통해 수어통역이 이루어졌지만 현장 수어통역이 이루어지지 않아 청각장애인이 방청은 물론 현장 참여 신청조차 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고 장애인단체들은 이를 토대로 현장 수어통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국민과의 대화 직후에 발표한 성명에서 "(주관방송사인) MBC 등에 국민과의 대화에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청했지만 오늘 현장의 수어통역은 없었다. 사전 초청자 중에는 수어통역사 등이 거론됐지만 결국 농인 등 관련자는 초청되지 않았다"면서 "농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렇다면 공식 행사장에, 대통령이나 장관 옆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청와대 기자회견장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라. 보이는 눈물만 닦지 말고 보이지 않는 농인들의 눈물도 닦아주길 문재인 대통령께 당부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농아인협회는 "'나중에 자고 일어나서 언론기사로...' 이런 생각을 하는 청인 혹은 자포자기하고 현실과 타협한 농아인들도 찾아보면 어느 한 구석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농아인의 유일한 소통수단이 된 '수어'가 빠진 국민과의 대화는 '물고기들의 대화'와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는 더 이상 물고기들의 정부가 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민간에서 의견을 내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보고를 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청와대가 답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동안 청와대가 감성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줬는데 이제는 감성을 벗어나 행동으로, 정책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 상징이 되는 것이 청와대 브리핑 수어통역 제공이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기자회견, 연설 등이 TV에서 생중계가 되고 청와대 브리핑 등도 뉴스채널에서 생중계되고 있으며 현재 수어통역 방송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TV 생중계시 수어통역이 제공되기 때문에 굳이 현장 수어통역의 필요성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철환 활동가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인정하고 청와대도 아마 그 부분 때문에 현장 수어통역에 미온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청와대 현장 수어통역은 정부의 상징성과 더불어 정부가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이어 청와대가 수어통역을 진행한다는 것은 수어를 보편적인 언어로 인정하는 것이며 수어를 사용해야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기계적인 통합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적 약자의 자부심을 높이는 것이 실질적인 통합인데 이를 위해서라도 청와대 현장 수어통역이 필요하다. 그 모습을 이번 국민과의 대화에서 보여주길 바랬는데 이를 실천하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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