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도 토끼 한 번 키워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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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도 토끼 한 번 키워 보시라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1.06.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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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 양계장에 써 있는 '풀과
북한의 한 양계장에 써 있는 '풀과 고기를 바꾸자' 구호.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꺼내드는 카드가 있다.

이름 하여 풀과 고기를 바꾸자는 구호다. 천지 사방에 널려 있는 풀만으로 고기를 얻을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건 없다. 그래서 전국의 모든 기관, , 기업소, 농장, 학교, 병원들에 양, 염소, 토끼 확보 과제가 내려진다.

초식동물 사육을 늘려 주민들에게 고기를 공급하겠다는 취지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부족한 식량을 이것으로 채우자는 얘기도 된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북한의 축산 동물 수는 토끼가 3451만 마리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닭으로 1577만 마리다.

육류로 따지면 토끼고기는 166900, 돼지고기는 114700(남한 8분의 1 수준), 닭고기 3만톤(21분의 1), 소고기 2800(12분의 1) 등이다. 북한에서 전체 축산 고기의 양을 다 합쳐야 토끼고기 수준이 될 정도여서 단연 으뜸이다.

요즘 조선중앙TV 등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 단위의 토끼종축장을 내보낸다. 예의 김정은 총비서가 다녀가신 곳이라며 소위 잘 꾸며진 사육장들을 보도한다. 학교는 물론 군과 비료공장, 광산에서도 키운다.

그렇다고 매일 토끼만 잡아먹을 순 없다. 70년 동안 풀과 고기를 바꾸자는 구호가 반복돼 왔지만 별반 달라진 것도 없다. 애써 실패한 정책이라고 하기가 민망한 지경이다.

 

북한 당국의 정책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때도 있지만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욕만 앞세울 때가 많다. 그러다 정책이 실패하면 어김없이 그 책임을 주민들에게 돌리고, 외부 적대세력 책동쯤으로 미룬다. 잘 된 것은 지도자 탓이고 잘 못된 것은 주민 탓이니 이곳도 내로남불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토끼를 기르고 있다. 사진=NEW DPRK
학생들이 학교에서 토끼를 기르고 있다. 사진=NEW DPRK

북한에서는 방학숙제하면 토끼가죽이다. 개학식 날 토끼가죽 2장을 학교에 내야 한다. 정상적으로 하면 집에서 토끼를 길러 그 가죽을 가져가면 되지만 식구들은 소속 기관에 내야해 수요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장마당에서 사는 방법이다.

교장 선생님은 개학 무렵이 되면 창고를 열어 지난해 쌓아두었던 토끼 가죽을 장마당에 내놓는다. 그러면 그게 다시 학교로 들어오니 그걸로 윗선에 상납도 하고 봉급 없는 선생님들 급료로도 준다.

그러던 것이 요즘엔 이게 좀 바뀌었다. 그동안 토끼 가죽에서 이젠 종자 토끼 5마리를 그것도 학기 중에 내야한다. 집에 토끼가 새끼를 낳았으면 별 탈이 없겠지만 없는 사람들은 또 장마당으로 달려가야 한다.

갑자기 새끼 토끼를 구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니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내화 3000원하던 것이 1만원으로 뛰었다. 먹을거리도 없는 마당에 새끼 토끼 사겠다고 5만원을 줘야 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14000원이니 10넘게 살 수 있는 돈이다.

물론 학교만 이런 게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새끼 토끼 기르기 경쟁이 가열되면서 풀을 고기로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을 토끼로 바꿔야할 판이다. 주민들은 과거 김정일 시대에 이미 실패한 정책을 왜 또 들쑤셔서 성가시게 하느냐고 원망이 자자하지만 식량난 속에서 풀을 고기로 바꾸지 않을 수도 없다.

북한이 자력갱생 구호를 요란하게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식량부족 문제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이라고 그쪽으로 화살을 돌리면 주민들은 이에 분노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체제결속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토끼 얘기가 나왔으니 차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3층 서기실에 사육장을 해놓고 토끼를 한 번 길러보면 어떨까 싶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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