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치찌개 사태' 역풍 불러온 여자 배구팀 귀국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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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치찌개 사태' 역풍 불러온 여자 배구팀 귀국 인터뷰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1.08.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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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에서 4위의 성과를 거둔 대한민국 여자배구 선수단이 지난 9일 귀국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0 도쿄올림픽'에서 4위의 성과를 거둔 대한민국 여자배구 선수단이 지난 9일 귀국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귀국 기자회견에서 사회자의 일부 질문이 뭇매를 맞고 있다. 주장 김연경 선수에게 대뜸 포상금 액수를 묻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에 거듭 답변을 요구하는 등 다소 무례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4위의 성과를 거둔 대표팀은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 귀국길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배구를 많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단체 사진 촬영까지 마친 대표팀은 자리를 빠져나갔고, 그 사이 사회자는 "김연경 선수는 남아달라"며 김 선수를 불러세웠다. 논란을 일으킨 질문은 김 선수의 단독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이날 사회를 맡은 유애자 경기감독관(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은 김 선수에게 "여자배구가 4강에 올라감으로써 포상금이 역대 최고로 준비돼 있는 거 아시느냐"고 운을 뗐다. 

김 선수가 "알고 있다"고 대답했지만 유 감독관은 "금액도 알고 있느냐"고 재차 물었고, 김 선수 입에서 '6억'이라는 구체적 액수가 나오고 나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네,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 감독관은 조원태 한국배구연맹 총재,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오한남 대한배구협회 회장 등 포상금 지원 내용을 언급하며 "많은 격려금이 쏟아지고 있다. 감사 말씀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유 감독관의 요구(?)대로 감사 인사를 전한 김 선수는 10여분간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고, 다시 마이크를 이어받은 유 감독관은 돌연 문재인 대통령을 소환했다. 

그는 "여자배구 선수들 활약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우리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격려해 주셨고, 특히 김연경 선수에 대해서 따로 격려해 주셨다. 그거에 대해 답변 주셨느냐"고 물었다. 

김 선수는 "제가요? 제가 감히 대통령님한테 뭐…"라면서 "그냥 너무 감사한 것 같고,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니까 앞으로 더 많은 기대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 감독관은 갑자기 "(감사 인사를 할) 기회가 왔다"며 재차 답변을 요구했고, 이에 김 선수가 "지금 했잖아요"라고 당황한 기색들 드러냈다. 그럼에도 유 감독관은 "한 번 더"를 거듭 외쳤고, 김 선수가 "감사합니다"라고 다시 말하고 나서야 "그렇죠"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시청한 네티즌들은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실제 대한민국배구협회 게시판에는 기자회견 이후 하루 동안 30페이지에 육박하는 비난글이 쇄도했다.  

네티즌들은 "배구협회는 선수들에게 당장 사과하라" "선수들이 돈으로만 보이느냐" "처참한 협회 수준" "선수들 대우 똑바로 하라" "유 감독관 기억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이 이번 인터뷰에 분노하는 이유는 2014년 '김치찌개 회식'의 악몽이 아직 잊혀지지 않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배구협회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20년 만에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체육관 옆 인근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승리를 축하했고, 소홀한 대접에 화가 난 김 선수가 자비를 털어 선수들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따로 뒤풀이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에도 배구협회 홈페이지는 항의글로 폭주했다. 사이트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에 협회 측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주어진 조건에 따라 최대한의 지원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이 같은 아픔(?)도 있고 하니 배구 인식이 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협회 차원에서 '포상금' 홍보를 한 것으로 이해하려해도 무례했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을 굳이 선수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강요해야 했을까. 

게다가 개인적인 정치 성향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문 대통령에 대한 끈질긴(?) 감사 인사 요구는 억지스럽기까지 했다. 보는 사람들을 참 피곤하게 만드는 기자회견이었다. 

한편, 논란이 일자 배구협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표현방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유 감독관의) 직설적인 성격이 그대로 노출된 것일 뿐 나쁜 뜻은 아니었다"면서 "대통령께 감사하다는 인사 강요보다는 의견을 던지는 과정에서 표현방식 등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포상금 질문'에 대해서는 "조크로 봐야지 대단하게 부각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배구협회나 배구연맹 생색내기 절대 아니고 예정에 없던 후원금 낸 신한금융에 대한 감사 표현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배구협회의 이 같은 해명 이후 협회 게시판은 기자회견 내용에 더해 '조크'라는 해명 내용을 문제 삼는 비난글이 줄을 잇고 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모양새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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