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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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 김도훈 기자
  • 승인 2016.09.0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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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적용 제갈 물리기?…배우자 '불고지죄' 양심의 자유 침해 우려
김영란법 시행 한 달을 앞두고 사회 곳곳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사진 / 시사주간 DB 

◇ 부정청탁, 청탁받고 法위반해 권한행사때만 성립…'부패' 정의 모호

◇ 충분한 심의없이 덜컥 '입법'…당초 계획한 이해충돌방지 부분 빠져 

◇ 전문가 "韓 부패 심하나 법익균형 원칙상 부작용 더 커" 대안 마련 시급 

[시사주간=김도훈 기자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의 시행이 한 달도 채 안 남았지만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법을 둘러싼 혼란과 불안이 가시질 않고 있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를 근절해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과 공적 영역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이끌어낸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으로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라는데에는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의 시행에 따른 법 적용과 처벌을 둘러싼 해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적잖은 논란과 우려가 일고 있다.

무엇보다도 애매모호한 법 조항이 혼란을 불러온다는게 김영란법의 맹점이다.

부정청탁은 청탁을 받고 법을 위반해 권한 등을 행사할 경우 성립하게 되지만 부정청탁을 받은 대상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는다. 청탁금지법 제5조1항은 부정청탁을 받은 자의 권한행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청탁금지법 제2조 정의조항은 부정청탁에 관한 정의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김영란법이 공직자 등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정청탁을 금지하면서도 부패에 관한 정의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점도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기존의 형법이나 부패방지 관련법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중심으로 부패방지를 규율해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던 것과 달리 김영란법은 제8조 금품등의 수수 금지조항에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수수를 일체를 금함으로써 지능화되는 부패를 차단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영란법 시행령에서는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김영란법 제5조 부정청탁의 금지조항에서 부정청탁의 구체적인 예를 15가지 유형으로 상세하게 제시했지만 법에서 정하지 않은 '사각지대'를 이용한 꼼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면 1인당 한도인 3만원을 초과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식사에 참석한 인원을 실제보다 많은 것처럼 허위로 꾸며 1인당 식사비를 줄이는 방법이 대안으로 시중에 나돌고 있다. 술값이 비싼 점을 감안해 미리 구입한 양주, 와인 등을 술자리에 가져가서 마시는 방법도 김영란법을 피하는 편법으로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또 접대를 받는 대상자가 2만원짜리 메뉴를, 접대를 하는 사람이 10만원짜리 메뉴를 각각 주문해 서로 나눠먹게 되면 접대대상자가 실제 2만원 만큼의 식사를 했는지 여부를 어떤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공립병원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입원순서나 수술날짜를 앞당겨달라고 청탁을 하면 부정청탁에 해당하지만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민간병원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같은 내용의 청탁을 하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점도 법의 모순으로 지적된다.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 교수는 "법률에서 특별하게 규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명확성 원칙이 반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형사규범은 가능하다면 직접적인 규정을 통해 죄형법정주의가 지향하는 바를 실현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무엇이 부정청탁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고 말했다.

도태우 자변 변호사는 "청탁금지법은 정당, 시민단체 등에게만 합법적인 청탁 권리를 허용함으로써 청탁금지법을 청탁특권법으로 변질케 할 우려가 크다"며 "각종 진성 부정청탁이 급조된 단체를 거쳐 합법을 세탁할 우려도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김영란법의 제정과정도 충분한 심의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2011년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공직을 오남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만들었다. 

이 법은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됐지만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국민적 관심이 줄어들어 국회에서 심의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사회 곳곳에서 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자 급하게 법안심의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적용대상을 확대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국회는 결국 이해충돌방지에 관한 부분을 삭제하고 부정청탁및 금품수수금지만을 골자로 하는 청탁금지법을 확정, 지난해 3월 서둘러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여러 조항이 위헌 시비에 휘말리면서 국회에서조차 법이 시행도 되기 전 개정의 필요성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출발점은 공직비리나 부패 근절이었지만 원안에는 없던 언론기관, 사립학교 등의 구성원이 포함된 점도 과도한 규제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란법은 제1조 목적조항에 '이 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收受)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법의 제정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공직사회의 비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정된 특별법인 만큼 법적용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공직자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과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 공공기관의 구성원, 교육공무원법상 공무원에 해당하는 교원을 김영란법에서 규정하는 공직자의 범위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사립학교법상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준한 신분상 지위를 갖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공무원의 신분으로 공무를 담당하는 것은 아닌 만큼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기관을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것을 놓고도 법의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언론관련법에 따른 자체 징계나 형사법을 통한 처벌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자칫 김영란법이 언론기관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언론인은 공직을 수행하는 공직자가 아닌데다 김영란법이 만들어진 배경이 언론기관의 신뢰회복이 아닌 만큼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 신분을 갖는 국공립학교 교원의 겸직금지 문제와 사립학교 교원의 겸직문제는 현행법상으로도 달리 취급되는 것처럼 사립교원이 국공립교원에 준하는 신분과 지위를 보장받는다고 모든 부분에서 두 집단이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공적 성격을 갖는 민간영역 가운데 왜 언론은 적용대상이 되고 변호사나 의사 등은 되지 않는지 비교집단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고 했다.

김영란법에는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면 공직자 본인이 신고해야 하는 불고지죄(不告知罪)를 두고 있지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법인 또는 단체의 대표자나 직원이 금품을 수수하면 법인·단체에도 벌금 또는 과태료를 부과해 형사법상 중요한 원칙인 자기책임 원칙에 반한다는 분석도 있다.

학계에서는 교수들의 강연료를 일괄적으로 제한한 것을 놓고 학문의 자유를 간접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연료 실태를 현실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일이 파악하고 조사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법의 실효성에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김상겸 교수는 "고질적인 부패 비리방지를 위하여 법과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지만 법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개정하고 부패방지를 위한 조직을 만든다고 부패나 부정청탁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는 범죄의 속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부패나 부정청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바꾸고 사람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식사, 선물 등의 접대나 청탁이 제제를 받기 때문에 소비위축에 따른 농수축산업계와 요식업계의 불황과 이로 인한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비관론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법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을 농축수산업계를 위해 농축수산물 소비촉진 특별법 등을 마련해 정부 차원에서 충격을 취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농어민들이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을 허용가액 범위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준비체계를 갖추기 위해 몇 년간 유예기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국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의 수수금지 품목대상에 국내산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을 제외하자는 의견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인 상한선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상한선 수정 방침을 밝혔지만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원안 고수 입장 유지를 재확인해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의 부패정도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심화된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 방법이 문제"라며 "김영란법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거나 아니면 최소한 법익균형 원칙상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는 반론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김영란법에 대한 재검토와 대안마련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교수는 "김영란법의 적용대상 확대가 실제로 적용대상들의 부정청탁 등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를 위한 예산과 인력의 확보와 연계되지 못할 경우에는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어 차라리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부활한다면 김영란법에 규정할 것인지, 공직자윤리법에 둘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를 담당한 기관도 공직자윤리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또는 새로운 기구 발족으로 할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김영란법은 적용대상이나 기준에 모호성 등의 문제가 있어 법의 명확성 원칙에 반해 개정이 필요하다"며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법이 명확하지 못해 내가 불법을 저지른건지, 합당한건지 이 부분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박 실장은 "이른바 '3·5·10' 기준보다는 너무 범위가 넒어 많은 이들이 적용받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계에 더 타격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법이 처음 제정될 때 공직사회 부정청탁이나 부패를 방지하는데 목적을 둔 만큼 적용대상을 공직자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W

k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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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ㅂㅂ 1970-01-01 09:00:00
ㅂㅂ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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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돈내고 밥처드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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