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관리자와의 분쟁으로 차량을 둔 채 자리를 이탈한 운전자의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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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관리자와의 분쟁으로 차량을 둔 채 자리를 이탈한 운전자의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는?
  • 이호종 변호사
  • 승인 2024.03.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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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종 법무법인 해승 대표변호사
이호종 법무법인 해승 대표변호사

Q. 甲은 지방 출장에서 돌아와 고속터미널 인근에 있는 乙 운영의 A 주차장에 세워 두었던 자동차를 출차하던 중, 乙의 주차 정산 전산시스템 오류로 주차요금 납부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甲의 승용차 내에 설치된 하이패스 단말기에서 ‘통행료 정상 지불’을 알리는 안내음에 따라 출차를 강행했습니다. 요금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주차요금 정산소에서 차단 막대기를 올려주지 않자, 분쟁이 생겨 실랑이를 벌이다가 甲은 화가 나서 차량을 그대로 둔 채 현장을 이탈하여 6시간 이상 해당 출구를 이용하는 다른 차량의 통행을 막았습니다. 이 경우 甲에게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요? 


A. 업무방해죄란 허위사실 유포ㆍ기타 위계ㆍ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 乙의 주차장 운영 업무가 이에 해당합니다.

주차비 지불에 관해 다투던 甲은 차단기를 열어 먼저 출차한 후 결제가 되지 않았으면 이후 결제해주겠다고 주장하였고, 乙의 직원들은 차량을 뒤로 뺐다가 다시 지나가는 등으로 먼저 결제를 하여 출차하고 이후 추가로 결제된 것이 확인되면 환불을 해주겠다고 맞섰습니다. 둘 간의 이러한 의견 대립은 경찰관이 출동한 이후에도 조정되지 않았고 甲은 위 언쟁이 한 시간 이상 지속되자 자동차를 주차장 출구에 그대로 둔 채 현장을 이탈하였습니다. 해당 출구는 주차장 출구 3곳 중 유일한 하이패스 차로였고, 당시 성수기로서 乙의 주차장 이용 차량이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위 사안의 쟁점은 甲에게 업무방해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또한 甲의 행위가 乙의 부당한 현금 결제 요구에 맞서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성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甲은 乙 측이 시스템의 오류 및 이중 결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乙의 편의만을 위해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부당성에 항거하는 차원에서 현장을 이탈하였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위는 정당행위이며 주차장 출입구 역시 세군데나 되어 다른 차량의 불편이 없었다고 주장하여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결국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정당행위를 인정함에 있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판시하며 정당행위 해당 여부를 엄격히 판단합니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즉, 乙의 현금 결제 요구를 과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고 차후 회사 측의 잘못이 밝혀질 경우 소액의 주차요금을 환불받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 않으며, 이 사건으로 인한 乙의 영업 손실과 甲의 이중결제에 대한 손해를 비교 형량해보더라도 甲의 행위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한 甲에게 乙의 영업을 방해하고자 하는 계획적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업무방해의 고의에 관해 ‘반드시 업무방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업무방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업무가 방해될 가능성 또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나 예견으로 충분하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입장에 따른 판단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甲이 자신의 행위로 다른 차량이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할 수 없게 되어 乙의 영업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정을 스스로 넉넉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甲의 업무방해 고의를 인정하였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乙 역시 甲의 차량을 출차한 이후에 미정산된 경우라면 문제 된 요금이 소액이어서 甲을 통해 충분히 환수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차장 입구막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 자동차관리법령상으로 타인 토지에 방치한 차량을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강제처리하기 위해서는 최소 두달 이상 방치된 차량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도로교통법상으로도 도로가 아닌 사유지인 경우는 공권력이 견인 집행을 할 수가 없으므로 사유지 내 주차 문제로 인한 갈등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입법을 통해 주차장 출입구를 가로막는 주차행위를 금지하고, 신속하게 견인 등 적절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SW

law@haese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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