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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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52)
  • 시사주간
  • 승인 2017.06.0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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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선장은 살금 뒤를 밟았다. 아니나 다를까, 도로를 건너던 그녀는 잠깐 뒤를 돌아보는 듯했지만 무심히 걸어가다가 골목길에 세워둔 하얀색 승용차 곁으로 다가갔다.

승용차 바깥에는 멀리서 보아도 번쩍이는 대머리 사내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히히덕거리더니 차에 올라탔다.마선장은 이대로 두면 놓친다 싶어 주위를 살펴봤지만 택시가 들어올만한 곳이 아니었다.

마선장은 엉겹결에 차넘버를 외웠다. 차는 부르릉 시커먼 매연을 꽁무니에 달고 떠나갔다. 마선장은 그 길로 인천시 교통계를 찾아가 차적을 조회해 주소를 알아냈다. 그는 바로 주소지로 찾아가 이틀 동안 동네를 서성거리다가 대머리가 나가는 걸 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어머… 앗!”아내는 기겁을 했다.

부르르 떨며 이빨을 다다닥 부딪치기까지 했다. 눈이 뒤집힌 마선장은 부엌에 있던 칼을 들었다.“아는?”그녀의 눈이 공포로 크게 열리면서 학질에 걸린 양 온몸을 떨었다.

“아바바바….”마선장이 칼을 옆구리에 댔다. 칼바람이 서늘하게 일었다.“애는 어쨌어? 어디 갔냔 말이야?”“으아! 몰라, 주… 주….”“주? 머?이년이…. 똑 바로 말 안해? 설마 주장환한테 주었다는 말은 아니겠지?”

아내의 무릎이 장마에 토탐 무너지듯 허물어 내리더니 부엌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그리곤 손이야 발이야 싹싹 빌었다.“살아 있었군요… 살아 있었어. 용서해 주세요… 용서….”“뭘, 뭘?그래 용서해주지. 다른 놈하고 배맞춘 건 그렇다 치고 아이를 어떻게 했냐 말이야 아이!”“애는 그게 저….”결국 아내는 안맞을 매를 초대해 맞고 말았다.

마선장이 왼주먹으로 주둥이를 한 방 날리자 피가 튀면서 이빨이 두 대나 나갔다. 아내의 눈이 순간, 독기를 품었지만 마선장의 기세에 금방 양처럼 순해졌다.

그리곤 포기한 듯 입을 다달달 떨면서 말했다.“주…주 주 죽었어요.”말이 귓전에 와 닿기도 전에 마선장은 머리가 아찔해지며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손에 쥐었던 칼이 아내의 목을 향해 옹골차게 내리꽂혔다. “아아악….”피가 튀었다. 

아내의 눈이 허옇게 뒤집어지면서 펑펑 솟구치는 피를 막는답시고 손을 목에 대었다. 피는 사람을 발광케 만든다. 피를 보자 마선장은 마치 저주가 들어붙은 것처럼 저도 모르게 아내의 배를 향해 칼을 꽂고 또 꽂았다. [53에서 계속]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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